무협에서 이동시간 기준과 하루 이동가능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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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김. 다 읽기 싫으면 맨 아랫줄 요약만 읽기 바람.)

무협이 판타지라서 이동시간은 작가가 설정하기 나름이다. 경공을 이용해 하루에 천리를 이동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요즘 무협지에는 예고도 없이, 상태창이나 스마트팔찌가 등장하기도 할 정도니까.

하지만 ‘반지의 제왕’ 같은 작품을 보면 군사 및 원군을 요청하고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는 시간(원군의 이동시간)을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지원군 요청했더니 한 시간 만에 왔다. 이러면 긴장감이나 사실감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판타지에서도 대륙지도와 연표를 그려가면서 작품을 쓰는 이유는 소설의 몰입감을 높이고 거리와 시간에 대한 짜임새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무협지의 경우에는 판타지의 가상대륙도 아니고 실존하는 중국을 기준으로 쓰기 때문에 지명 사이 거리가 명확하게 나온다.

이 거리를 무시하고 작품을 쓸 지, 실제 거리를 감안하여 작품을 쓸 지는 작가 마음이다.

예를 들어 곤륜파 제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꽤 되는데, 대개 강호 출도 하면 항주나 악양, 동정호 같은 유명 유흥가는 한 번 정도 가는 것으로 나온다.

청해성 곤륜산 곤륜파에서 항주까지 거리는 대충 5천킬로미터. 12,500리. 옛날 기준으로 말을 타고 가도 1천 리 이동에 약 20-25일. 그러면 곤륜에서 항주까지 편도만 대충 300일. 항주 한 번 왕복만 해도 2년.

곤륜파 제자가 항주에서 기생 얼굴 한 번 보고 오는 데만 2년이 걸린다. 1년 안에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지는 무협지 안에서 이동에만 2년이라니. 그러다 보니 거리와 이동시간 고증해가면서 제대로 쓴 무협은 많지 않다.

내 경우는 무협에서 이동시간은 실제 거리를 기준으로 쓴다. 낙양에서 성도, 무한, 북경, 항주를 다녀오면 한두 달 걸리는 것으로 잡고 글을 쓴다.

실제 거리를 기준으로 쓰는 이유는 몇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 따른 시간을 고려함으로써 시간 설정의 짜임새가 있게 되고, 사건순서가 꼬이지 않도록 하는 요소가 된다.

그럼 실제로 고증에 가깝게 이동시간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 경신술은 말보다 느리다

경신술과 말에 관해서 말하자면, 정상적인 무협에서 경신술은 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한다.

경신술의 경우 보통 사람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지 말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다. 특히 내력 소모가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경신술로 달릴 수는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말의 최대속도가 60km/h라고 해서 열 시간에 600km를 가는 것은 아니다. 말의 순간 최대시속이 60km/h인 것이지 이 속도로 열 시간 내내 뛰지 못 한다. 말은 시속 60km 속도로 달릴 경우 2-3분 정도를 뛸 수 있다. 2-3km 정도를 뛴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말의 속도는 다음과 같다.

- 평보(walk) : 6.6km/h
- 속보(trot) : 13.2km/h
- 구보(canter) : 19.2km/h
- 습보(gallop) : 59.4km/h

우사인볼트처럼 100m 전력질주 속도로 몇 미터나 뛸 수 있을까? 100미터 달리기 속도로는 몇백 미터도 어렵다. 보통의 사람에게는 100미터 20초 속도로 꾸준하게 뛰는 것도 어렵다. 마라톤 한국국가대표가 42km를 100 미터 20초 속도로 뛴다.

이런 이유로 김용의 소설에서 주인공들도 대부분 말을 타고 이동한다. 김용 소설에서는 일반인이 말만 타면 무인들의 추격을 벗어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최고 고수인 동사서독조차 말을 타고 도주하는 여성을 따라잡지 못 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증을 무시하고 싶다면 경신술로 하늘을 날아 하루에 1만 리 이동한다고 써도 된다)


(2) 말을 타고 이동 시 하루 최대 100km(이백오십리)가 기준이다.

말을 타고 이동 시 하루 100km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속도다. 징기스칸의 군대가 여러 마리 말을 갈아타면서 하루 100km 속도로 진군했다. 다만 이것조차도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잘 훈련된 말을 몇 마리를 갈아타면서 이동해야 하고, 이동하는 지형이 평지(평원)여야 한다는 조건이다.

잘 훈련된 군인과 전투마가 평원을 이동할 때 속도가 하루 100km다. 그러니 평상시 이동이라면 이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한다.

징기스칸의 진군 속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이나 조선에도 말이 달릴 수 있는 길만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하루 100km 이동이 가능하다. 이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의 이동속도로 알 수 있다.

말을 타고 잘 닦인 길을 이용해 진군한 청나라 군은 압록강 도하에서 한양까지 하루 92km의 속도로 이동했다.


(3) 거리 이동 시 기준은 광역이 아닌 지점과 지점이다.

성(省)에서 성에서 이동하는 것으로 며칠을 잡는 것은 고증 오류를 만든다.

중국의 성(省)은 매우 넓다. 곤륜산 있는 청해성의 경우 곤륜산에서 서녕까지만 2500km, 6천 리, 성 안에서 이동에만 다섯 달이 걸린다. 며칠은 말도 안 되는 거리다. 그러니 하남성에서 하북성까지 며칠, 이렇게 설정하면 안 된다.

지점과 지점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최소한 도시나 산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섬서성-사천성이 아니라, ‘섬서성 서안-사천성 성도’, ‘섬서성 종남파(종남산)-사천성 청성파(청성산)’ 이런 식으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


(4) 지점과 지점 거리는 구글 지도를 이용한다.

구글 지도를 펴고 경로에 출발점과 도착점을 찍은 거리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낙양(뤄양)시에서 북경(베이징)시까지 경로를 잡으면 786km로 나온다. 이 거리를 기준으로 이동 시간을 계산한다.


(5) 이동시간은 말의 평보와 속보를 기준으로 삼는다.

낙양과 북경의 거리 786km를 말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래와 같이 계산하면 된다.

A. 말의 1시간 이동속도 속보 13km
B. 하루 이동가능시간 8시간
C. 변수

계산하기 귀찮으면 하루 최대 100km씩, 통상적으로는 하루 평균 40km씩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786/(13x8)x변수=7.5일.

이론상으로는 말을 쉬지 않고 달리면 8일 만에 낙양에서 북경까지 간다. 하지만 실제로 이 속도로 갈 수는 없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1. 말이 하루 100km로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나?
2. 길은 험하지 않은가? 산길은 없나?
3. 같이 가는 일행은 훈련된 군인인가? 일반인인가? 말에 싣는 짐은 없나?
...

말을 갈아타면서 1주야를 달리는 파발마가 중국에서는 하루 400-500리(160-200km), 한국에서는 하루 300리(120km)를 달린다. 지형과 길 문제 때문이다. 평지 많은 중국보다 산악이 많은 한국이 더 속도가 느리다.

24시간을 말을 갈아타면서 달리는 파발마로도 120-200km 에 불과하다.

마라토너가 한 시간에 20km를 달리니 10시간에 200km를 갈 수 있다고 하면 안 된다. 마라토너는 달리기에 최적화된 아스팔트 도로를 달린다. 태백산 산길이나 돌들이 가득한 시골길을 달리는 것이 아니다. 또한 42km만 달리는 것에 최적화된 상태다. 100km 달리면 죽는다.

중세 때(조선시대) 길을 기준으로 일반인은 1시간에 2~4km(5~10리), 말은 관도기준으로 평균시속 10km, 급한 경우 시속 20km(파발마)를 최대로 잡으면 된다. 경신술은 그 사이로 잡으면 되니, 평균시속 8km, 급한 경우 16km 정도까지 설정하면 무난하다.

1. 일반인 : 잘 닦인 길로 1시간에 2~4km(10리), 산길로는 1시간에 1~2km
2. 경신술 : 1시간에 8-16km(20리에서 40리)
3. 말 : 1시간에 10-20km(25리에서 50리)

일반인이라면 하루 8시간 하루 20~30km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 것이 된다. 이는 최적의 길을 이용할 때 이동속도다.

관도가 아니라면 시간을 1.5배 더 잡아야 한다. 길이 없는 산길을 지난다면 시간을 최소 3배~5배로 잡아야 한다. 고증을 한다면 일반 백성의 하루 이동 속도는 8~15km 사이다.

그래서 평상시 빠른 속도로 이동 기준은 말의 평보를 기준으로 잡으면 된다.


(6) 실제 평민의 이동속도는 하루 8~20km 수준

박취문의 [부북일기]를 보면 당시 이동속도를 알 수 있는데, 울산에서 함경도 회령까지 767km를 이동하는 데 70일이 걸렸다. 하루 11km를 이동하는 속도다.

사람이 걸어서 1시간에 4km(10리)를 가는데 왜 하루에 11km를 겨우 이동했냐 하면 그만큼 당시 길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나 국도 같은 아스팔트 길이었다면 한 시간에 4km 하루 40km도 이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취문이 이동하는 길은 산길을 이용한 길이다.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피로도 심하고, 해도 짧다. 산길은 해가 지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서 다음날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하루 10km 수준으로 걷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박취문의 이 속도조차 당시 기준으로는 꽤 빠른 속도다. 왜냐하면 박취문은 말을 타고 갔으며, 수행원이 같이 수행했기 때문이다. 즉 박취문은 짐을 들지 않고 말을 타고 갔기 때문에 피로도가 매우 적었다. 그런데도 하루 11km다.

그렇다면 직접 자신이 짐을 들고 걸어서 이동하는 보통의 백성이라면 피로도가 훨씬 심했을 것이고, 이동속도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현저하게 느려졌을 것이다.(귀양이나 포로들이 이동 중에 많이 죽는 이유가 피로도로 인한 병 때문이다.) 조선에서 일반 백성의 하루 이동 속도는 10km를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반인 중에서 가장 발이 빠른 사람이 보부상인데, 이들은 잘 닦인 길을 이용하여 하루 20~30km를 이동했다. 보부상의 경우 백달원의 요청에 의해 각 주와 군에 부상청과 임방을 설치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는데, 비상시에 임방을 통해 릴레이식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

파발마처럼 각 지점의 임방을 이용해 릴레이로 이동한 결과 한양과 공주 138km를 하루 만에 돌파해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7) 계산하기 어려우면 다음의 기준으로 계산해라.

A-B 사이 거리가 300km라고 가정하자.

1. 아주 급할 때 : 하루 100km 이동. 3일로 잡는다.
(관도를 이용해 우수한 군인과 전투마가 지치지 않을 정도로 달린다고 가정할 때다.)

2. 안 급할 때 이동 : 하루 60km 이동 5일로 잡는다.(관도 기준이다. 평상시 빠른 이동이면 이 기준으로 잡아라.)

3. 안 급하고 관도도 아니다 : 하루 30~40km 이동. 7일~10일 잡는다.

4. 안 급하고 길이 좁은 편이다. : 하루 20km 이동. 15일로 잡는다.

5. 산길도 많은 지형이다 : 하루 10km 이동. 30일로 잡는다.

중국 서안(장안, 시안)에서 낙양(뤄양)까지 368km인데, 급하다고 가정하면 3~4일 만에 이동, 그냥 평상시라면 7~10일 정도 잡으면 된다.

물론 천리비행술 같은 초절정신법을 익혀서 하루에 1만 리를 간다고 설정해도 문제는 없다. 경신술을 이용하는 이동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려면 말보다 조금 느리게 잡으면 된다. 말이 하루 최대 100km까지 갈 수 있으니, 경신술로는 하루 40~80km 정도 가는 것으로 묘사하면 된다.


(8) 요약


무협에서 이동은 하루 기준으로 일반인 8~30km, 경신법 40~80km, 말 100km로 설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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