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의 도사를 만났을 때 ‘청운진인’ ‘청운자’ 등으로 호칭하는 것을 무협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생전에는 듣기 어려운 호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청운진인 오랜만이외다.’와 같은 대화는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자’는 중국에서 다용도로 사용되는 대명사다.
중국에서는 이름인 ‘장주’ 대신 ‘장자’, ‘주희’ 대신 ‘주자’로 존칭하는데, 이때의 ‘자’는 ‘성인, 박사, 선생’의 의미다. ‘장선생, 주선생’의 극존칭인 것이다.
‘손자, 얼자(아들)’이라고 부를 때 ‘자’는 ‘아이’라는 뜻이다.
그외에 ‘사람’이나 ‘사물’이라는 의미로 ‘자’를 붙이기도 한다.
‘내자’는 ‘안사람’의 뜻으로 경대부의 정실부인을 뜻하고, ‘혈적자’ ‘초자’ 등의 무기이름에 붙은 자는 ‘물건’의 의미다.
도교에서는 존칭 대명사 중에서 ‘진인’이 최고등급으로 ‘신인’을 의미한다.
‘장주’라는 사람이 유명해지면 '장자'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존경한다. 장자의 업적이 대단하다고 사후 평가받으면 최고 등급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여, '남화진인'이라 하여 '진인'으로 추존해주는 것이다.
장자에게 '남화진인'이라는 존호를 내린 사람은 당나라 황제인 현종으로, 이후 도교의 장자는 '남화진인'으로 신격화되고, 그가 쓴 경전도 '장자'에서 '남화경' '남화진경' ‘장자남화경’ 등으로 부르게 된다.
즉 '진인'은 스승이나 사문에서 받는 도호(별호)가 아니라 유명해진 후(대개는 죽은 후 꽤 시일이 흐른 후) 세간(황제나 종단 등 권위 있는 곳)에서 내려주는 존호다.
그러므로 생전에 ‘청운진인 오랜만이외다’라고 쓰기는 어려운 호칭이다. 진인은 죽고 나서나 받을 수 있는 존호다.
(물론 무협지에서는 흔하게 상대의 호칭으로 쓰인다. -_-;)
김용 소설에 나오는 전진칠자인 ‘단양자, 장춘자, 장진자’ 등의 호가 도호에 속한다.
마옥은 본명이 ‘마의보’였으나 왕중양이 마옥으로 이름을 바꾸어주고 호를 ‘단양자’라고 했다. 그러니 ‘단양자’는 도호다. 마옥은 원나라 세조가 ‘단양포일무위진인’으로 봉해줌으로써, ‘무위진인’으로 승격한다.
화산파 창립자 학대통 역시 원나라 세조가 ‘광영통현태고진인’으로 봉해줌으로써, ‘태고자’에서 ‘태고진인’으로 승격한다.
장진자는 본명이 담옥인데, 왕중양이 이름을 ‘담처단’으로 바꾸어주고 ‘장진자’로 도호를 내렸다. 원나라 세조가 ‘장진운수온덕진인’으로 봉해줌으로써 ‘온덕진인’으로 승격한다.
왕중양이 제자들의 도호에 사용한 ‘단양자, 장진자’의 ‘자’는 ‘사람’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제자에게 노자, 장자, 주자처럼 ‘선생’이라고 부를 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진인’은 사후에 황제들이 내린 존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무협지에서 ‘XX진인’을 쓰려면 죽은 지 오래 된 조사에게나 쓰도록 하자. 살아있는 도사에게는 ‘XX자’를 사용하자.
그럼 생전에 사람들은 도사들을 어떻게 불렀을까?
‘성+도장, 성+도인, 성+선생, 이름+도사, 도호’ 중 하나를 호칭으로 사용한다.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별호를 불러주기도 한다.
학대통의 경우 도호를 ‘대통’이라 짓고, 스스로 별호를 ‘태고도인’이라 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그를 직접 만나 그를 호칭할 때는 ‘태고도인 오랜만이외다’라고 호칭한다.
단양자 마옥을 생전에 만난다면 부르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마 도인 오랜만이외다’ 또는 ‘마 도장 오랜만이외다’ ‘단양자 오랜만이외다’ ‘마옥 도사 오랜만이외다’ ‘마 선생 오랜만이외다’와 같이 호칭한다. 물론 이들 호칭의 미묘한 차이는 호칭하는 사람과 단양자의 관계에 따라서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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