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세력의 이름을 지을 때 끝을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알려면 각 글자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9파1방을 보면 9개는 ‘파’라고 쓰고 개방만 ‘방’이라고 쓴다. 또는 소림을 숭문이라고 쓰기도 한다. 이들을 합쳐서 문파라고 부른다. 그 차이를 알아보자.
같은 서당, 고등학교, 대학을 나오면 ‘동문’이라는 표현을 쓴다. 동문수학한 사이라는 뜻이다. 화산파 제자들은 문하생이라고 부른다. 즉 ‘문(門)’은 같이 배우는 조직을 말한다.
왜 같이 배우는 조직이 되냐 하면 '같은 문(동문)'으로 들락거리기 때문이다. 태권도장도 같은 출입문으로 드나들고, 대학도 같은 정문으로 드나든다. 그래서 같은 문으로 드나드는 사이는 같이 배우는 '동문수학'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학교, 학원, 태권도장, 음악학원, 승마학원 등등이 문에 해당한다.
보통 ‘불문에 귀가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때 ‘불문’은 ‘불교를 배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무림에서 숭산 소림사를 ‘숭산의 불문’이라 하여, ‘숭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이나 불문, 정무문 같은 곳은 아무 것도 모르는 문하생(제자)을 받아서 바닥부터 가르쳐주어야 한다.
학파(學派), 유파(流派), 탕수육 부먹파찍먹파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파는 부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화산파는 화산에 있는 유파라는 뜻이다. 어떤 유파냐 하면 도가 유파다.
파(派)는 물갈래라는 뜻이다. 황하의 여러 지류는 양자강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황하의 지류는 어디서 갈라져도 황하다. 마찬가지로 도교에서 갈라진 문파는 불교 문파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소림 무공에서 갈라지면 소림파, 태극권에서 갈라지면 태극권파다. 도가에서 갈라지면 도가파, 전진에서 갈라지면 전진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파(門派)라고 말하면 ‘같은 유파를 배우는 곳’이라는 의미가 된다. 화산파, 무당파, 소림사, 사천당문 등을 문파라고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방(幇)은 서로 돕는 조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 대만의 삼합회 조직을 방회(幇會, 庞会)라고 부른다. 삼합회 이름을 보면 사해방(四海幫) 죽련방(竹聯幫) 송련방(松聯幫) 등, 방(幇)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즉 방은 방회(서로돕기 위한 모임)의 줄임말이다. 동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일종의 목적을 가지고 결성한 연합체다. 쉽게 말해서 협회라고 보면 된다.
화가들의 모임이면 화가방, 작가들의 모임이면 작가방(作家幇)이 되는 것이다.
개방은 거지들이 서로 돕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한 연합체라서 ‘개파’나 ‘개문’이 아닌 ‘개방(丐幇)’이라고 하는 것이다.
때문에 방을 쓰는 곳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이미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이미 신분이 거지인 존재들이 개방에 가입하는 것이지, 부자가 구걸을 배우려고 입문하는 곳이 아니다.
방과 가장 비슷한 말로는 ‘회(會)’가 있다. ‘상인회’는 시장 상인의 모임이다. 상인회 가입한다고 해서 상인으로 장사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재향군인회’는 이미 제대한 군인 신분이어야 가입 가능하다. ‘향우회’는 고향이 같은 신분일 때 가입 가능하다.
따라서 북경에 모인 선비들의 모임이름이라면 ‘북경선비회’와 같이 작명하면 적당하다.
문에는 가르친다는 뜻 외에도 ‘우리들’이라는 뜻이 있다. 즉 복수를 나타내는 뜻으로 문(門)을 쓴다. 하오문의 문은 ‘가르치는 문’이 아니라 ‘아문(我門, 우리들)’의 뜻을 가진 글자다.
연맹(聯盟)이라는 말 뜻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단체나 국가가 서로 돕고 행동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함. 또는 그런 조직체’다. 방(幇)도 공동의 목적으로 모인 조직이지만, 개인이 구성원인 조직이다. 연, 맹은 조직이 구성원이 되는 조직을 말한다.
그래서 9파1방이라는 조직이 함께 모여서 ‘백정맹, 무림맹’ 등의 맹을 만드는 것이다.
맹(盟)은 맹세(盟誓)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약속, 동맹’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같은 뜻을 가지고 서로 약속을 한 모임이다. 연(聯)은 ‘연결(連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서로 잇는 것을 말한다. 조직끼리 잇는 것을 연이라고 하는 것이다. 현대의 가장 큰 조직으로 국제연합(UN)이 있고, 한국에는 전경련, 경실련, 민언련 등 다양한 연맹이 있다.
그래서 주로 조직들의 모임에는 ‘무림맹, 백정맹, 흑사련’처럼 맹이나 연을 붙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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