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 곤법의 시작이 긴나라왕부터라는 세간의 소문이 많이 떠돌고 있다. 그런데 이는 긴나라가 아니라 나라연이 잘못 전해진 경우다.
세간에 전해지는 긴나라왕 관련 전설은 다음과 같다.
연왕조 지정(1341~1367)때 홍군(紅軍)이 반란을 일으켰다. 소림사는 홍군에 의해 다시 파괴되었다. 이때 한 사람이 나타나 소림사의 주방에서 나타나 승려의 기운을 북돋우며 말했다.“모두들 침착하라. 내가 저들을 격퇴할 것이다.”
그는 신곤(神棍)을 휘두르며 스스로 아궁이속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아궁이를 부수고 나와서 숭산과 어채(御寨)에 두다리를 걸치고 서서 홍군을 물리쳤다.
소림사의 승려들은 이같은 일에 매우 놀랐다. 한 승려가 “홍군을 물리친 것이 누구인줄 아느냐? 그는 긴나라왕(緊那羅王)의 화신인 관음대사(觀音大士)다.” 그로 인해 그들은 나무로 그의 조각을 만들었고 오늘날 그의 무술을 계속 수련하고 있다.
긴나라는 불교에서 팔부천 또는 팔부중, 천룡팔부, 팔부천룡, 팔부신장 등으로 부르는 불교의 호법신이다. 김용의 소설 [천룡팔부] 때문에 무협독자에게는 천룡팔부가 익숙하다. 천(天), 용(龍), 야차(夜叉),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睺羅迦)의 여덟 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림의 무명승이 천룡팔부의 긴나라왕이고, 이후 소림 승려 중에서 무승의 상징이 되었다. 이 무명승은 곤법 외에도 도법, 창법, 곤봉, 검극, 초겸, 쌍도, 쌍월, 대곤 등의 무예가 뛰어났다고 한다. 소림에서는 이 무명승을 이배야(二輩爺)로 부르며 존경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림 곤법의 시초가 이 무명승이라는 전설이다.
그런데 텔아비브 대학의 샤하르(Meir Shahar) 교수 연구에 의하면 이는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긴나라왕의 곤법 이야기는 17세기의 문헌에 남아 있어서 전승되는데, 최초의 기록은 비문에 남아 있다.
1517년 [나라연신호법시적(那羅延神護法示跡)]이라는 비문에는 소림사의 주지였던 문재(文載)가 전설을 적어 놓았는데, 후대의 기록과 달리 이 비문에는 소림곤법의 구세주를 긴나라가 아닌 나라연(那羅延)으로 표현하고 있다.
홍건적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정 11년 신묘(辛卯)년 셋째월 스무엿세날(1351년 4월 22일) 아침 9시에 영주(潁州)에서 홍건(紅巾)적이 일어났을때 한무리의 도적들이 소림사에 침입했다. 소림사에 한 성현이 있었는데, 주방에서 일하며 아궁이를 돌보며 수행만 거듭했다. 동료들도 그의 출생지와 이름을 몰랐다.
홍건적이 소림사에 침입한 날 그 무명승이 단신으로 고봉의 꼭대기에 서서 화곤을 휘둘렀다. 그에게 겁먹은 홍건적들은 모두 도망치자 그도 사라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으며, 가람신으로 모셨다.
일단 이 전설은 역사적 사실과는 관련이 없다. 소림사가 홍건적에 의해 약탈 당한 때는 홍건적이 개봉을 포함하여 하남성을 점령하고 북진한 1356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홍건적의 하남성 소림사 침공 시기와는 5년의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전설을 기록해 놓은 비문에 불과하다.
또한 [나라연신호법시적(那羅延神護法示跡)]보다 전에 만들어진 비문에는 1371년과 1373년에 쓰여진 두개의 14세기 비문에는 홍건적의 난이 있었고, 이때 승려들은 모두 도망쳤다고 적혀 있다. 이 두 비석은 전락 이후 복귀한 승려들이 소림사의 수복을 기념하며 만든 것이고 시기도 전란 당사자가 살아있을 때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는 기록이다. 이 비문들에는 홍건적 침입 때 승려들이 모두 달아났다고 젃혀 있다.
하여간 이 비문의 기록에는 무명승이 ‘나라연(那羅延’으로 적혀 있다.
따라서 ‘나라연’이 ‘긴나라’로 바뀐 과정은 중간에 전승되면서 어느 순간에 비슷한 낱말의 두 낱말을 착각하여 잘못 표기한 이야기가 퍼지면서 ‘나라연’이 ‘긴나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1371년과 1373년에 쓰여진 두개의 14세기 비문에서 입증되고 있다. 전자는 앞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1373년의 비문은 명대초기 전란에서 살아남은 승려들이 소림사의 수복을 기념하는 뜻으로 세긴 것이다. 소림승들은 홍건적이 쫓겨난 1359년까지 소림사에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