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고신화에 반고를 따르는 네 개의 생명체가 반고를 따라 존재하게 되니, 이들이 신화 속 동물인 용, 기린, 거북, 봉황이다. 이 네 생명체를 신령스러운 존재라 하여 ‘사령(四靈)’이라 부르는데, 반고와 함께 천지를 창조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반고와 4령이 오행을 만들고, 오계절을 만들고, 오방향을 만드는 등 많은 일을 하고, 각자 오행과, 오계, 오방 중 하나를 맡는다.
봉황(鳳凰)은 천체를 상징하며, 인간세상과 하늘을 이어주는 존재로, 새 중의 새로 추앙받았다.
황제(皇帝)의 ‘황(皇)’은 3황5제(三皇五帝)에서 딴 것으로, 봉황(鳳凰)의 ‘황(凰)’과 글자 모양이 다르다.
신화 초기에 봉황은 암수 한 쌍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봉(鳳)은 수컷을, 황(凰)은 암컷을 뜻했다. 그러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봉황은 미적으로 가치가 높아 점점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묘사하는 새로 변하고, 미의 상징이 된다. 결국 후대로 가면서 봉황은 하나로 합쳐서 여성을 상징하는 ‘암컷 봉황’으로 변신하게 되었고, 용과 짝이 되는 것으로 바뀐다.
즉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봉’은 수컷 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암컷 ‘봉황’을 의미하는 말인 것이다.
이렇게 용이 천지조화를 일으키는 영수로, 봉황은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영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용봉은 최고의 길조나 최고의 재주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게 된다. 용봉상조(龍鳳呈祥)나 인중용봉(人中龍鳳), 용봉지재(龍鳳之才)와 같은 사자성어는 상서로움이나 최고의 재주를 뜻하는 말이 된다.
인중용봉은 사람 가운데 있는 용이나 봉황이라는 뜻이니, 남들과 구별되는 최고의 인재라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은 최고의 인재를 가리킬 때 남자면 용으로, 여자면 봉으로 비유하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 용봉은 ‘뛰어난 재주나 덕행을 지닌 사람, 황제나 귀족’을 가리키는 낱말로 사용된다.
무협의 용봉은 ‘인중용봉’ ‘용봉지재’에서 딴 말이고, 최고의 후기지수 모임을 뜻하는 ‘용봉지회(龍鳳之會)’ 역시 ‘용봉지재’에서 딴 말이다.
촉지 제갈량전(諸葛亮傳)에 ‘복룡봉추(伏龍鳳雛)’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엎드린 용과 봉황의 새끼란 뜻으로 이미 삼국지부터 용봉이 인재를 뜻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룡봉추는 ‘와룡봉추(臥龍鳳雛)’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의미는 같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별명이 복룡 또는 와룡이고, 방통의 별명이 봉추(鳳雛)였다. 그러니까 용봉이 인재인 것은 맞지만, 방통의 별명이 봉추인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때만 하더라도 봉이 여자를 뜻하는 말로 정착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길조와 인재를 뜻하는 용봉이 확실하게 남녀로 성별을 구별해 의미 굳히기에 들어간 시기는 송나라부터다.
이전까지 천자의 상징으로는 십이장(十二章)이 사용되었다. 그래서 천자의 제의복에는 12장인 해, 달, 별, 산, 용, 공작, 도끼, 불문, 청동술잔, 수초, 불꽃, 곡식종자를 수놓았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12장에 사용된 새는 봉황이 아닌 공작으로, 공작이 황제를 상징하는 새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송나라 때부터 용은 천자의 상징으로, 봉황은 황후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이후부터 최고의 남자는 용, 최고의 여자는 봉황이라는 상징이 중국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당연히 중국무협에서도 최고의 남자 후기지수 별호에 용을 붙이고, 최고의 여자 후기지수 별호에 봉을 붙이는 것이다.
송대부터 용이 천자를 상징하게 되자 많은 왕과 귀족이 용을 사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그래서 중국 천자는 용의 등급을 나누기 시작한다. 천자(황제)의 용은 발톱이 5개인 5조룡으로, 왕과 세자, 세자빈은 발톱이 4개인 4조룡으로, 세손과 세손빈은 3조룡으로 차별을 두고, 이름도 용(龍)과 망(蟒)으로 구분해 불렀다.
조선의 왕은 중국 명나라 천자가 하사한 4조룡복을 입었는데, 세종이 ‘나도 5조룡복을 입고 싶다’라고 요청해서, 명나라 영락제로부터 5조룡복을 하사받았다. 세종대왕이 조선 최초로 오조룡복 곤룡포를 입은 임금이 되는 것이다. 1897년 고종이 황제를 칭하면서 입었던 곤룡포의 부용문 보를 보면 오조룡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고종 때 중건한 근정전에는 발가락이 7개인 칠조룡(七爪龍)을 그려넣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