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의 서 푼은 감추어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 서 푼이 30%냐 3%냐를 묻는 질문이 가끔 보인다.(또는 3할이냐 3푼이냐를 묻는 질문)
무협에서 표현은 ‘실력의 서 푼은 감추어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며,
이때의 서 푼은 30%다.
또는 ‘네 실력을 십분(十分) 발휘해라.’는 표현도 많이 쓰이는데,
이때의 10분은 100%다.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일제 이후 도입된 ‘할푼리’라는 일본식 도량형을 무협이나 대역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할푼리(割分厘)는 일본식 도량으로 ‘할합(割合, 와리아이)’ 또는 ‘보합(步合, 부아이)’이라고 부른다.
타자 타율을 말할 때 4할3푼2리면 0.432가 되어 할푼리의 푼은 100분의 1이 되고, 3푼은 3%가 된다. 이것은 일제 식민지 잔재다.
조선이나 중국 명청시대에는 ‘할’이라는 단위가 아니라, ‘분(푼)’이라는 단위를 썼다. 일본이 아닌 한국 중국에서 푼은 10분의 1이 되기에 3푼은 30%가 된다.
따라서 무협이나 조선시대 대역이라면 ‘삼 할’이라는 표현 대신 ‘서 푼’이라고 쓰는 것이 적절하다. 조선시대 한약방이나 시장통에서 ‘삼 푼’ 대신 ‘삼 할’이라고 썼다면 고증에 실패한 대역이 된다.
한약에서 1푼은 1냥의 10분의 1로 1냥=37.5g, 1푼=3.75g
거리에서 1푼은 1치의 10분의 1로 1치=3.03cm, 1푼=0.303cm
무게에서 1푼은 1돈의 10분의 1로 1돈=3.75g, 1푼=0.375g
넓이에서 1푼은 1평의 10분의 1로 1평=3.3058제곱미터, 1푼=0.3제곱미터
화폐에서 1푼은 1전(=1문=1돈)의 10분의 1.
이처럼 중국 한국에서 ‘푼’은 기본 단위의 10분의 1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일제 이전 구한말까지 3푼이면 30%를 의미하고, 일제 이후 3푼이면 3%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뀐다.
(지금도 한약, 낚시 등에서는 푼이 1돈의 10분의 1로 쓰이는 단위다.)
‘서 푼을 감추어라’, ‘삼 할을 감추어라’ 두 문장은 같은 의미지만, ‘삼 할’은 일제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량형 기준 문장이고, ‘서 푼’은 조선과 중국의 도량형 기준 문장이다.
결론 : 무협이나 대역이라면 ‘할’ 보다 ‘푼’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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