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검살신 무림귀환]의 경우는 흥행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쓴 작품 중 하나로 실험성이 큰 작품이다.
[귀검살신 무림귀환]의 경우 가장 중요한 초반부인 1-20화 사이에 주인공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최근화를 보면 ‘갈지영의 의심1-6’은 6화 내내 조연인 갈지영의 심리변화를 다루고 있고, 그 앞 내용도 ‘당루비의 사연, 망가지는 갈지영, 미미유의 복수, 갈등의 씨앗...’ 등등 조연 이야기를 다루는 분량이 더 많다.
당연히 기대-보상, 사이다 등의 웹소설 흥행구조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라 이 작품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의심하면서 시작한 작품이다.
그런데 일부러 웹소설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 아니다. 작품 목표를 위해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웹소설 흥행공식과 어긋난 것뿐이다.
작품기획 목표는 ‘타장르와 융합’ 시도다. 각 장르는 꽤 튼튼하게 구축된 구조 및 기법이 있다. 이것은 안정과 익숙함을 주는 동시에 식상함과 지루함이라는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기본 구조와 클리세가 가진 익숙함을 취하면서 식상함을 줄이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장르끼리 결합이다.
헌터물이라면 게이트 오픈, 길드, 레이드, 헌터레벨등급 등등의 구조와 클리세가 있다. 판타지의 경우 파티물, 영지물, 후집피, 망나니 후계자, 다자시점 서술 등의 주제와 기법이 있다.
[귀검살신 무림귀환]은 판타지물의 파티물, 후집피, 다자시점 기법을 무협에 적용한 작품이다.
무협의 경우 화산파 제자는 모두 같은 칼에 같은 무공을 쓴다. 무공의 고하만 있을 뿐이다. 반면 판타지물은 정보와 물건을 훔쳐오는 도둑, 힐링 담당 사제, 방어진 형성 마법사, 원거리 지원 궁수, 근접전의 검수 등 다양한 역할을 가진 몇 명으로 파티를 구성한다.
무협에서도 이런 파티물이 가능하다면 좀 더 다양한 역할과 개성 있는 조연의 연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1. 은신 변장, 정보수집 담당(도둑 : 갈지영), 2. 근접전(근딜 : 청검비, 남궁헌재), 3. 방어(탱커 : 팽주훈), 4. 독과 치료(힐링 : 위지민) 5. 방어진 진법(마법 : 제갈진천) 6. 원거리공격지원(원딜 : 남궁신지)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전투 및 역할 묘사를 시도했다.
첫 시도에 내 실력이 부족해서 작품의 흥행은 형편 없지만, 무협에서 파티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라이트노벨에서 주로 사용하는 같은 사건을 여러 조연 시점으로 반복 서술하는 다자시점 서술도 사용해봤는데, 이 역시 무협에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후집피(후회집착피폐)도 가능하고, 조연들의 다양한 역할 부여도 가능하다는 것 등등을 확인했다. 부족한 것은 그걸 풀어내는 내 실력 뿐.
[귀검살신 무림귀환]은 무협에서 파티물을 시도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판타지물이나 헌터물은 전투를 다루는 장르라서 이들 장르의 요소는 손쉽게 무협에 접목 가능한 것 같다.
무협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판타지 요소를 현대물, 전문가물, 대역, 연예인물 등등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고, 반대로 다른 장르 요소를 판타지물에 가져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른 장르에서 검증된 요소(구조, 기법, 클리세, 캐릭터, 서사 등등)를 가져오는 것은 타장르의 안정적 장점을 취하면서 자기 장르의 식상함을 타파하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귀검살신 무림귀환]은 판타지 요소의 도입이라는 실험 외에도 개인적 역량 실험이 여러 가지 형태로 들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서 전투장면의 경우 과거에는 전투 동작 묘사만 짧게 이루어졌다.
샘플을 보면 이해될 것이다.
먼저 [17호 천재서생]의 본문인데, 한 화 등장하고 죽는 단역과 전투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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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챙―
“끅!”
내상을 입고 자세가 흐트러진 놈은 내공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 한 상태에서 방어를 했고, 내 검이 놈의 목을 뚫었다.
(2)
- 챙―
“컥!”
왼팔부터 가슴까지 그대로 베이며 비틀거린다. 이번에는 가장 빠른 초식 천운비로 심장을 찌른다.
“끅!”
월채연이 상대하던 상대 한 놈을 해치웠다.
(3)
- 챙―
“쿨럭!”
내공에서 뒤진 놈이 두 장 가까이 밀려나며 피를 토한다.
‘천운비―’
“꺽!”
월채연이 상대하던 두 놈도 처리했다.
- - -
보다시피 ‘검을 휘둘렀다, 챙-, 끅, 해치웠다’의 간단한 동작 묘사 및 상황 묘사로 끝이다.
아래는 지금 연재 중인 [귀검살신 무림귀환]에서 한 화 등장하고 죽는 단역과 전투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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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귀는 청검비의 자세에서 허점을 찾기 어렵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단순히 검을 들고 서있을 뿐인데...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막을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모든 방위를 다 막고 있는 느낌이야.’
일귀는 단지 긴장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빈틈을 찾아보지만 공격할 허점이 보이지 않자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정면... 힘으로 누른다.’
(2)
‘막는 것이 아니라 뻗는다고? 네놈의 판단 실수다.’
일귀는 승기를 잡았다는 자신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청검비는 막기가 아닌 찌르기 공격을 선택했다. 서로 상대의 몸을 노린다면 찌르기가 일귀의 횡베기보다 먼저 상대의 몸에 닿겠지만, 일귀는 청검비의 몸이 아닌 검을 노리고 횡으로 쳐낼 생각이기 때문이다.
- 부웅─
일귀의 도가 빠르게 목표를 바꾸어 청검비의 검신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청검비의 검도 방향을 바꾸어 일귀의 도를 파고든다.
‘빗겨흘리기? 어림도 없다.’
일귀는 자신의 도신을 파고드는 청검비의 검을 느끼기 시작한다. 검신과 도신이 밀착한 상태가 되면 적은 힘으로도 상대의 공격을 비스듬하게 흘려보낼 수 있다. 일귀는 청검비가 도신의 방향을 틀기 위해 밀착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귀의 생각은 바로 깨졌다.
- 퉁─ 지이잉─
“헉!”
일귀는 손아귀에 전달되는 충격을 견디지 못 하고 휘청거렸다. 하마터면 도를 놓칠 뻔했다.
- - -
[귀검살신 무림귀환]에서는 단역인 일귀의 속마음과 주인공을 상대하는 심리적 변화, 순간적인 대응전략과 감정 등을 묘사하고 있다. 동작묘사를 심리묘사로 변화시켜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일 정도로 심리 묘사에 치중하는 일본 라이트노벨의 심리전투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 작품에 심리전투 비중을 꽤 증가시키는 이유는 라이트노벨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 적응하려는 시도라고 보면 된다.
내 전작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귀검살신 무림귀환] 전투 묘사 뿐만 아니라 캐릭터 묘사 등등 많은 부분에서 이전 유료 세 작품과 확연하게 다르다. 이전 세 작품은 ‘배신, 갈등, 복선, 후회, 집착..’ 등등이 없었다. 조연들은 모두 주인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고 밀어주고, 새로운 적만 계속 깨부수는 단순 구조였다. 이번 작품의 조연인 갈지영은 몇 번이나 배신, 후회, 갈등, 집착 등을 오락가락한다. 다른 조연들도 마찬가지고.
그외 몇 가지 실험 중인 것이 있지만, 개인적인 실험이라 이만 줄이고.
정리하자면 이 작품은 흥행보다는 다음 작품을 위한 실험용 작품으로 쓴 작품인데, 유의미한 결과를 많이 얻었고, 이 결과는 차기작에 녹여서 활용해볼 예정이다.
당연히 무협에서 영지물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차기작 두 편은 무협 파티물과 무협 영지물로 잡고 있다. 물론 다음 작품은 흥행도 염두에 두고 있으니, 지금 작품처럼 조연 이야기만 나오는 방식은 아니고, 주인공 중심의 파티물로 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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