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아파서 타자를 칠 수 없거나, 타자 치기 어려운 환경(차량 이동 중일 때)인 경우에는 구글킵이나 키보드의 음성입력 기능을 이용해서 타자를 친다. 말로 하면 글자로 타이핑이 되는 스피치투텍스트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예전에 내가 쓴 글을 참고하면 된다. 샘플영상도 있다.
∞ Link 손이 아파 타자칠 수 없을 때 음성입력으로 소설쓰기(샘플영상)
그런데 가끔은 눈이 안 보일 때가 있다.
이건 작업환경의 문제인데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기 때문에 모니터 발광으로 인해 눈이 피로해져서다.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눈이 피로해지면 눈 앞에서 번개가 번쩍번쩍, 전구불빛이 번쩍번쩍 하는 것이 마구 켜진다. 모니터를 봐도 모니터 글씨가 안 보인다. 모니터에서 불빛이 번쩍이면서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눈을 감아도 별모양 번개가 번쩍거리는데, 의학적으로는 광시증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경우에는 눈을 쉬어야 한다. 암막수면안대를 쓰고 잠시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 가장 좋다. 한 시간 정도 자고 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모니터를 계속 쳐다보면 가라앉지 않고 심해진다.
그런데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타자를 쳐야 한다.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이 장님타자법이다. 눈을 가리고 타자를 치는 것이다.
사용법은 이것이 전부다. 한 줄로 요약하면 ‘눈 감고 타자치기’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글자판을 모두 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웹소설 작가라면 모두 자판은 외우고 있을 테니 누구나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당연히 중간에 오타가 계속 나지만 오타 수정 안 하고 떠오르는 내용을 계속 입력만 한다. 그리고 중간에 화면을 쳐다보지도 않고, 원고를 수정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몇 십 분 동안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계속 타자만 친다.
문장부호인 따옴표 등은 수작업으로 수정해도 얼마 안 걸리고, 매크로를 이용해 입력하면 금방이다.
처음 이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눈이 번쩍거리는 광시증 증상이 나타날 때도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글을 쓰니 부수적인 효과가 생겼다. 집중력이 향상되고 원고 집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오감 중에서 가장 많은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감각이 시각이다. 눈에 정보가 많이 들어오면 다른 감각에 집중하기 어렵고, 뇌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눈을 감으면 청각이나 촉각에 집중하게 되고, 생각 집중력도 향상된다. 그래서 뭔가 중요한 생각을 정리할 때는 TV를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하는 법이다.
장님타자법으로 글을 쓰면 약 30분에서 1시간 동안 타자만 치는데, 웹소설 한 편 분량이 뚝딱 써진다. 눈을 감으니 스토리만 집중해서 상상을 하게 되고 계속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타자를 치니 스토리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중간에 잠시 막히더라도 눈을 뜨지 않는다. 계속 눈을 감고 생각하면 계속 이어진다. 놀랍게도 장님타자법은 나로서는 가장 집중력 있게, 가장 빠른 시간에 웹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계속 의식적으로 눈을 감는 것이 힘이 들어가서 힘든 경우에는 암막수면안대를 쓰고 작업하면 한결 편하다. 빨리 잠들려고 산 암막수면안대인데 장님타자법에도 유용하다.)
물론 눈을 감고 타자를 친다는 것이 참 답답한 방식이라, 보통의 경우에는 모니터를 보면서 글을 쓴다. 정말 눈이 피곤할 때나 집중력이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정도다. 하지만 생각보다 효과는 좋다.
광시증이 아니라도 평소 눈의 피로가 심한 사람, 또는 집중력 있게 원고를 써야 하는 작가라면 한 번 시도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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