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실제단체명을 소설에 써도 될까? 명예훼손 및 동일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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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안에 실명, 단체명(대학이름, 회사이름), 상호, 상표 등을 사용해도 저작권 문제가 없냐는 질문을 자주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일은 (거의) 없지만, 명예훼손 문제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름을 살짝 비틀어 사용하는 것은 괜찮냐 하면 그것도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되고,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되는지 알아보자.

먼저 기본적인 저작권 상식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 Link 웹소설작가라면 꼭 알아야 저작권 상식


(1) 책제목, 상표, 기업이름, 사람이름 등은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님.

일단 책제목, 영화제목, 노래제목, 실명, 기업명(단체명), 상표 등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웹소설 제목이나 내용에 사용해도 저작권 위반으로 걸리지는 않는다.

A.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이 된 후, 삼성전자의 주식을 샀는데 올랐어.[O]
B. 어린왕자, 겨울왕국 책 감명 있게 읽었어.[O]
C. 겨울왕국 카페, 삼성전자 카페, 서울의봄 팬카페.[O]
D. 겨울왕국, 어린왕자의 사생활, 템빨 재벌, 재벌집 막내아들의 아들, 전지적 작가시점 [O]

A처럼 실명이나 이름을 써도 저작권 문제는 안 걸린다.
B처럼 책이름을 나열해도 된다.
C처럼 유명영화제목, 실명, 단체명으로 네이버 카페 이름을 지어도 되고, 홈페이지 제목으로 써도 된다.
D처럼 내 웹소설 제목으로, 유명 웹소설이나 베스트셀러책 제목 써도 된다. ‘겨울왕국, 템빨’처럼 원제목과 똑 같이 써도 된다. 제목은 저작권 보호를 안 받기 때문이다. 노래방 목록 보면 같은 제목 노래가 많다. [첫사랑]이라는 제목을 가진 노래만 여러 곡 나온다. 물론 [템빨] [재벌집 막내아들] 등 동명으로 작품을 썼을 경우 벌어질 후폭풍은 알아서 감수해야 한다.

책제목을 원작가가 상표로 등록할 수는 있지만, 내 책 제목으로 쓰는 것은 문제없다. 그래서 ‘망나니’ ‘북부대공’ ‘천마’ ‘이혼’ 등 아류제목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다른 사업을 할 때는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고, 동종업계에서 도형적 상표권은 저작권이 인정되나, 텍스트제목만 사용하는 웹소설과는 무관하니 깊게 설명하지 않겠다.

한마디로 인명, 단체명, 영화제목, 책제목 등은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써도 된다. 도덕적 비난은 있겠지만 법적 문제는 없다.


(2) 실명, 실단체명 등은 명예훼손 대상이다.

저작권 문제는 없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명예훼손으로 걸릴 수는 있다.

E. XX전자 회장이 반도체공장의 유해물질 발생을 엄폐하라고 지시해서 반도체공장에서 이십 명이나 죽었어.[X]
F. XXX 부장은 여자의 엉덩이를 슬쩍 만지면서, “살아있네”라고 씨익 웃었다.[X]

E, F의 경우는 특정 기업이나 실명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하여 소송에 걸린다.

팩션(faction)의 경우는 ‘팩트+픽션’이라는 특징 때문에 실명인을 모델로 하는 경우가 많다. 웹소설의 대체역사장르가 팩션이다. 다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팩션은 이미 고소할 당사자가 모두 사망해서(유족과 가문이 고소할 여지는 있다.) 실제 고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지만, 현대물은 관련인이 살아있어서 고소로 이어진다.

국내에서 소설 이휘소(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출판금지가처분을 받아서 판매금지가 되었는데, 실명인 이휘소의 명예훼손 때문이다.

모델소설에 있어서 모델이 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그 소설의 출판금지를 구할 수 있고, 그 모델이 된 사람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그 유족이 명예훼손 또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그 금지를 구할 수 있다

∞ Link 서울지법 1995. 6. 23. 선고 94카합9230 판결


천만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이 아닌 ‘전두광’으로 바꾼 이유도 팩션이 가지는 명예훼손을 우려해서다.
‘서울의 봄’ 이전에 MBC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명예훼손’을 이유로 MBC에게 2천만 원을 배상 및 정정보도 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 Link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6. 20. 선고 2005가합79818 판결


2005년 개봉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박정희 아들에게 고소당해 영화상영금지 처분을 당했다. 결국 영화는 몇 장면을 삭제하고서야 상영될 수 있었다. 중요한 장면의 삭제를 막기 위해서 ‘서울의 봄’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바꾼 것이다.


(3) 이름을 바꾸어도 동일성 인정되면 명예훼손 대상이다.

의외로 잘 모르는 것이 이름을 바꾸면 명예훼손을 피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이름을 바꾸고 외모를 달리 묘사해도 ‘동일성’이라는 부분이 인정되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 이런 경우가 드문 이유는 실제로 고소를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지, 고소하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979년의 빈드림 사건(Paul Bindrim v. Gwen Davis Mitchell)이 있다. 빈드림의 소설 [Touching]에 등장한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은 ‘Simon’으로 원고인 미첼과 달랐고, 인상착의도 서로 달랐다. 그러나 법원은 사람들이 원고와 소설 속 인물을 동일하게 볼 수 있다고 보아,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결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원고의 명예훼손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안동대 교수가 쓴 국내소설 [대학괴담]의 경우도, 소설 속에서 교수의 이름과 외모를 달리 했지만, 등장인물로 여겨지는 교수가 자신의 명예가 너무 크게 실추되자(특정인으로 충분히 지목 가능할 정도로 묘사), 작가를 고소했다. 결국 동일성이 인정되고, 명예훼손이 인정되어 500만원의 벌금을 받은 국내 사례가 있다.

∞ Link 소설 대학괴담 명예훼손 인정 벌금 500만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소설 속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 이름과 거의 비슷하고 대학 내 실제 있었던 사건과 허위사실을 섞어 사용했지만 소설 후기 부분에 대학사회 실상을 그대로 묘사했다고 적시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외 민음사의 책 [항구의 사랑]에 나오는 ‘인희’라는 인물이 자신이라며, 김세희 소설가로 인해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책 판매가 중단된 적도 있다.


(4) 나열과 인용은 가능하나, 작중 인물로 쓸 때는 동일성 유지 피해야

명예훼손이라는 것이 거는 쪽에서 문제 삼으면 행동 하나 대사 내용 하나도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두환, 장세동, 삼성전자, 안기부라는 실명을 쓰는 것은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 작가는 이것이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명예훼손 여부는 실명인이 판단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름 나열이나 인용 정도는 괜찮지만, 해당 인물이 대사를 하고 행동을 하는 소설 속 인물로 활동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했지만, 법무팀을 따로 꾸리는 방송국도 재판에 지는 판국에 웹소설작가 수준에서 자의적으로 법리 해석을 해가면서 실명을 쓰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러니 쓰지 말자.

또한 이름을 바꿔 쓸 때도 ‘동일성’ 부분을 신경쓰자. ‘동일성’ 판단 여부는 간단하다. 독자들이 딱 보는 순간 누구나 특정인 A가 떠오르면, 법원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면 된다.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도록 최대한 비틀어 써야 한다.


[정리]
(1) 실명, 상호, 상표, 책제목 등은 저작권 보호를 안 받으니 인용 정도는 해도 된다. 내 웹소설 제목으로 써도 된다.
(2) 그러나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당할 수는 있다. 이름을 바꾸어도 동일성이 인정되면 재판에서 진다.
(3) 결론 : 웹소설 안에 실명, 실단체명 등은 가능한 쓰지 말고, 동일성도 인정 안 되게 최대한 비틀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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