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검살신 무림귀환]은 초반 12화 중에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화가 5화나 된다. 1화에 주인공의 비범함, 목표, 세계관을 함축해서 보여주라는 웹소설의 정석도 따르지 않았다. 주인공이 버림 받는 장면만 나오고 초반 10화 동안 주인공에 대한 어떤 특별함 설명도, 주인공의 행동도 안 나온다. 초반부터 조연들의 이야기가 스토리를 이끌고 있으며, 초반부에 주인공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이후에도 작품 내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회차가 계속 이어진다. ‘망가지는 갈지영’ ‘갈지영의 의심’ 같은 소제목에서는 갈지영만 등장한다. ‘갈지영의 의심(1)’~‘갈지영의 의심(6)’회까지 6회 연속 갈지영의 내부 심리만 다룬다. 이런 식으로 작품 내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에피소드가 몇 화씩 계속 이어지면서 진행된다.
심지어, 후반부 클라이막스인 170~187화까지 18화 중에서 주인공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 회차가 14회 차나 된다. 조연들 이야기로만 14회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주인공이 조연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클라이막스 18화 중에서 14화나 주인공이 등장조차 안 하는 웹소설을 사람들이 볼까? 단 1화만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아도 독자가 이탈한다는 웹소설에서 주인공 없는 분량이 더 많은 소설. 이런 소설도 팔릴까?
이 점이 내가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아래의 두 글이 이 작품을 유료화한 이유를 담고 있는 글이다.
∞ Link 선작 400 짜리를 왜 유료화 결정했는가?
∞ Link 장르 융합해보기. 귀검살신 무림귀환의 기획 목표
결과는 ‘팔린다’로 나타났다.
나는 이 작품이 매출 몇 백만 원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담당 PD의 의견도 비슷했다. 주인공의 사이다를 기대하는 웹소설에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웹소설이 팔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결되는 해(2023년 3월) 연말까지 [귀검살신 무림귀환]은 매출 2,800만 원에, 작가수익 1,400만 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누적매출이 더 늘겠지만, 이미 지금까지 매출만으로도 시장의 반응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내 작품과 크게 차이나지 않은 매출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결과치는 몇 가지 시사점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로 자신의 폼대로 글을 써도 흥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 별로 독자의 반응이 다르고, 플랫폼 별로 소비 패턴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플랫폼 성향 분석에 관한 내용이라 제대로 쓰려면 내용이 길어지니 생략한다.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세 번째인데, 독자의 소비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혼자서 다 해먹으면서 독자에게 사이다를 안겨주는 소설에서 변곡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주인공과 조연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사건과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일반적인 소설의 구조가 점차 웹소설의 변화 방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다. 주인공 원툴, 사이다 원패턴 반복의 구조에서 복잡한 갈등 구조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내가 쓰려는 작품에서는 조연의 비중을 높이고 조연의 캐릭터성을 강화하며, 주연과 조연의 관계와 변화를 주요 구조로 삼을 생각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