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마켓소설과 웹소설, 그리고 독자

URL: https://tanma.kr/data/upmarketnovel.html

업마켓소설이란 순문학의 문학성과 장르문학의 대중성이라는 양쪽의 장점을 결합한 작품을 말한다.

2020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 2021년 [불편한 편의점], 2022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 이어 2023년에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소설이 히트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경우 출간 70일 만에 10만부를 판매했고, 영미권 최대 출판그룹 펭귄랜덤하우스와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의 선인세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히트한 소설이다.

지금 언급한 소설의 특징은 ‘힐링 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불편한 편의점]도 해외에 수출되는 등 해외출판으로 이어지는 소설이다.

2023년 제52회 ‘런던도서전’에서도 ‘업마켓소설(Upmarket Fiction)’의 트렌드는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영국의 편집자 출신 작가 캘리안 브래들리(Kaliane Bradley)의 데뷔작 ‘시간부(The Ministry of Time)’의 경우 런던도서전에서 큰 주목을 받은 업마켓소설로 ‘48시간 경매’에서 13개 주요 언어권과 번역 저작권 계약을 맺고, TV 영화 등 영상제작사들과도 경매를 진행할 정도였다.

이런 업마켓소설의 성공으로 인해 기존 출판계에서는 업마켓소설을 확장하고, 장르문학의 작가를 시장으로 유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는 중이다. 일부는 소설 안에서 장르를 규정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진다.

웹소설작가들이 매출이 적은 종이출판 쪽으로 넘어갈 일은 적다고 할 수 있으니 장르문학작가를 기존 출판시상으로 유입시키려는 출판업계의 노력이 제대로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웹소설작가들이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업마켓소설이 왜 성장하고 있냐는 점이다.

아래의 글을 먼저 읽고 나머지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 Link 주인공 안 나오는 웹소설로 돈을 벌 수 있나? 실험결과.

∞ Link 선작 400 짜리를 왜 유료화 결정했는가?

∞ Link 장르 융합해보기. 귀검살신 무림귀환의 기획 목표

내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아래다.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세 번째인데, 독자의 소비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혼자서 다 해먹으면서 독자에게 사이다를 안겨주는 소설에서 변곡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주인공과 조연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사건과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일반적인 소설의 구조가 점차 웹소설의 변화 방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다. 주인공 원툴, 사이다 원패턴 반복의 구조에서 복잡한 갈등 구조로 변화하는 것이다.

클라이막스 18화 중에서 14화나 주인공이 등장조차 안 하는 웹소설을 독자들이 본다고? 고구마 가득한 줄거리에 조연들은 발암 캐릭터로 가득한 내용인데?

이 부분은 기존의 웹소설에 관한 작법을 완전히 부정하는 결과다. 왜 이런 결과가 도출된 걸까?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웹소설 독자들의 변화밖에 없다.

업마켓소설의 확장은 독자들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독자들은 장르문학, 순문학의 이분법적 구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눈치 채지 못 하고 계속 기존의 웹소설문법에 갇힌다면 변화하는 독자를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

2023년 웹소설업계 최고의 화제가 된 장르가 힐링 장르다. ‘귀농’을 주제로 한 힐링 장르가 한동안 2023년 웹소설업계의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귀농’ ‘힐링’ 장르가 갑자기 뜬 것일까?

서두에 말한 2020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 2021년 [불편한 편의점], 2022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2023년에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소설로 이어지는 힐링 장르가 웹소설업계로 넘어온 것은 아닐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지만, 스토리만 보면 일반문학이 아니라 웹소설의 판타지 작품이라고 해야 할 내용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힐링 장르 베스트셀러가 뜨고 난 후에, 웹소설에서도 힐링 장르가 휩쓸고 지나간 것이 과연 우연일까?

웹소설에서 귀농 힐링 장르의 부상은 독자의 변화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무협소설인 [귀검살신 무림귀환]이 팔리는 이유 역시 독자의 변화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웹소설의 독자와 순문학의 독자는 다른 독자일까?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책을 읽는 헤비독자들을 특정 분야 독자로 나누기는 쉽지 않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웹소설도 많이 읽고 문학책도 많이 읽는 법이다. 업마켓소설에서 힐링판타지를 읽은 독자들이 웹소설에서도 그런 작품이 올라오자 반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독자에 대한 설문조사 데이터가 없기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귀검살신 무림귀환]을 통해서 분명하게 독자의 변화를 느꼈다. 그런 독자의 변화를 따라간다면 업마켓소설과 웹소설은 서로를 닮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



• 귀검살신무림귀환 • 독자 • 독자의변화 • 무협 • 문학 • 순문학 • 업마켓소설 • 웹소설 • 웹소설산업 • 작가 • 장르소설 • 출판산업 • 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