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질문하는 내용 중 하나는 ‘이 지표면 접어야 하나요?’ ‘몇 화까지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이다.
이걸 왜 남에게 물어본단 말인가?
작가 스스로 자신이 쓴 작품을 ‘접어야 할지’ ‘계속 써야할지’ 모른다면?
이것은 작품의 포지셔닝 자체를 안 했다는 뜻이다. 즉 전략 없이 작품을 썼고, 로또처럼 걸려서 대박나기를 바라고 썼다는 말밖에 안 된다.
해당 작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면, 그 목표에 미달한 성적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15화에 선작 500, 1일조회수 1000이라고 해보자.
작가의 목표를 모르는데, 커뮤니티에 ‘이 지표면 접어야 하나요?’라고 질문하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15화까지 써봐라.’ ‘30화까지 써봐라’ ‘50화까지 써봐라’ ‘접고 새로 써라’ 중에서 어느 것이 답일까?
정답은 없다. 정답은 본인만 알고 있다.
유료화와 완결이 목표인 A와 B는 계속 써야 한다. C와 D는 접어야 한다.
연중 여부를 본인이 모른다는 이야기는 자신이 쓰는 작품의 목표조차 설정하지 않고 썼다는 이야기다.
사업을 할 때 이번 신상품에 투자할 자본과 목표 매출을 정하지 않고 하는 사람은 없다.
기업 CEO에게 이번 신상품의 매출 목표가 얼마냐고 물었는데,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해도 이상한 CEO인 것이고, 자기가 개발한 신상품 판매를 중단할지 더 팔지를 남에게 물어보는 CEO도 이상한 CEO인 것이다.
최근에 내가 쓴 작품 3개를 예로 들자.
(당연히, 세 작품 모두 성적이 좋으면 유료화 할 생각이 있었다.)
[기연독식으로 무신]은 문체 등의 변화를 꾀한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실험 실패를 확인했기 때문에 끌고 갈 이유가 없었다. 바로 연중했다.
[조선무림 초인전]은 조선무림을 소재로 한 첫 번째 작품이었고, 세계관 형성이 일차 목표였다. 역시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성적은 안 좋았지만 1차목표가 세계관 형성이라 계속 쓰면서 세계관을 정리해나갔다. 내 나름대로 필요한 세계관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한 순간인 117화에 조기 완결했다.
[천재의생 무신전직]은 공모전 입상과 유료화를 목표로 쓴 작품이다. 무려 100화를 넘겨 113화에 유료화를 갔지만 유료화 전환 회차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정한 기준치는 선작 2천 또는 1일조회수 2천이었는데, 공모전 마감 때 선착 2천을 넘었기에 유료화를 결정했다.
만약 공모전 종료 시에 [조선무림]처럼 선작 200에 불과했다면 목표치 미달로 바로 연중했을 것이다.
세 개 작품의 연재 또는 연중 여부를 결정한 것은 작가 스스로 정한 작품의 목표치다. 목표가 있으니 기준치가 있고, 그 기준치에 따라 연중 여부가 판가름난다.
그러니...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면, 작품을 쓸 때 목표도 정하지 않고 썼다는 말이 된다. 작품 별 포지셔닝 전략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내가 이번에 쓰는 작품의 목표와 연중의 기준선은 명확하게 잡고 쓸 줄 안다.
다만 중간에 작품의 목표, 즉 포지셔닝이 바뀔 수는 있다. 이것을 ‘리포지셔닝’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공모전 수상을 목표로 했는데, 수상권에서 완전 멀어졌다고 하자. 오직 공모전 수상이 목표라면 수상권에서 멀어지는 순간 연중할 것이다. 몇몇 작가들이 그렇게 했다.
그런데 공모전 수상이 어려워지자 ‘유료연재’로 포지셔닝(목표)를 바꾸었다고 해보자.
고급시장을 상대로 옷을 내놓았는데, 고급시장 실패를 겪으면 그대로 접을 것이냐, 리포지셔닝 할 것이냐를 고민한다. 그리고 저가형이나 아동용으로 포지셔닝을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리포지셔닝을 하는 경우에는 현재의 상태(자원분석과 시장분석)를 분석하고 다시 목표치와 기준치를 수정할 수 있다.
유료화로 리포지셔닝을 하더라도 목표치와 기준선이 명확하다면 연중은 쉽게 결정할 수 있다. 무료완결, 300 전환, 1천 전환, 5천 전환이라는 목표치가 명확하게 설정되었다면 연중 여부는 바로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연중의 기준은 개별 작품의 포지셔닝을 정확하게 가져가는 것으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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