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부분의 역사에서 지방행정관을 파견해서 지방을 관리했다. 지방행정의 시작은 초기 국가인 주나라 때부터 실시되었다. 주나라 때부터 군현제가 실시되면서 모든 권력은 천자에게 집중되었다. 이런 이유로 서양처럼 영주가 다스리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지방호족이 자치적으로 다스리는 경우는 없었다. 지방호족이 있기는 했지만 지방행정을 맡은 것은 아니다.
주나라 이후 진(秦)나라부터는 주부군현(州府郡縣)제가 실시되었는데, 최초의 통일왕조로 강력한 중앙집권 및 도량형, 지방행정 통일을 만들었기 때문에 진나라의 행정제도는 이후 대대로 중국 지방행정의 근간이 되었다.
진나라 주부군현제의 가장 큰 특징은 상하관계가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현 단위가 몇 개 모여 군이 되고, 군 단위가 몇 개 모여 부가 되고, 부 단위가 몇 개 모여 주 단위가 됨으로써, 지방행정의 상하관계가 확립된 것이다.
이후 송나라때는 3급제로 ‘로-주-현’, 명나라는 ‘성-부-주-현-향-리-정’의 7단계로 지방행정이 실시되었다.
이처럼 중국 행정구역은 시기마다 계속 달라졌기 때문에 구체적 행정구역은 시기 별로 살펴야 할 것이다. 일단 무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명나라 기준으로 행정구역은 아래와 같다.
(1) 현대의 행정구역인 ‘시’라는 단위 하나만 보더라도 경기도 ‘광주시’가 있고, ‘광주광역시’가 따로 있다. 일반시나 광역시 외에도 서울‘특별시’가 있고 세종‘특별자치시’ 등 시의 종류가 여러 종류인 것처럼, 명나라 때도 ‘섬서성’이 있고 ‘섬서행도사’가 따로 있는 등, 규격 외 행정구역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縣)이라고 해서 다 같은 등급의 현이 아닌 것이다. 한(漢)나라는 1만 호를 기준으로 그 이상인 현에 영(令)을, 그 이하에 장(長)을 두어 차등을 두었다. 당송 때는 7등급으로 구분했고, 원나라는 현을 3등급으로 나누었다. 명나라도 3등급으로 구분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기본값이 성(省)이고, 현(縣)이라는 것이지 통일된 동급의 행정구역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2) 대한민국 건국 당시 행정구역과 지금의 행정구역은 많이 다르다. 서울은 계속 확장되었으며, 세종시, 울산광역시와 같은 없던 행정구역이 생겼다. 한 세기도 되기 전에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은 꽤 많이 바뀌었다. 그러니 한 나라가 수백 년을 지속하는 동안 자잘한 행정구역 변화는 꽤 많았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 등 각 국가마다 초기와 중기, 후기의 행정구역에 변화가 많음을 고려해야 한다.
(3) 충청도의 경우 조선시대 5백 년 동안 30번 넘게 행정명이 바뀌었다. ‘충청도, 충공도, 청공도, 충홍도, 공홍도, 공청도, 홍청도, 홍충도, 공충도...’ 등으로 수십 번이 바뀌었는데, 사람들은 ‘충청도’라고 부른다. 한 지역의 행정명이 계속 바뀔 경우 사람들은 가장 오래 지속되거나 널리 알려진 지역명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중국의 행정명 역시 수시로 바뀌었는데, 무협에서 작가들이 쓰는 행정명은 가장 잘 알려진 행정명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조선8도]라고 해서 한국 지방행정의 단위가 ‘도’인 것처럼, 명나라의 행정단위는 ‘성(省)’에서 시작한다. 전라도, 경상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가 하남성, 사천성과 같은 ‘성(省)’이다. 조선은 8도지만, 명나라에는 총 13성(+남직례, 북직례, 산동성요동도사, 교지행성)이 있었다.
중국 역사에서 주(州)의 개념은 고대부터 시작되었다. 고대 중국을 ‘구주(九州)’라고 불렀는데, 이는 ‘우공구주(禹貢九州)’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실질적인 주의 설치는 한무제 시기에 시작되었는데, 한무제는 자사(刺史)제도를 도입하며, 천하를 13주로 구분했다. 각 주마다 자사를 파견하여 지방을 감찰하도록 한 것이 실질적인 주의 정립이다. 다만 한무제 때의 주는 지방행정조직은 아니었다. 단지 중앙에서 감찰을 위해 구분한 감찰단위였을 뿐이다.
실질적인 지방행정단위가 된 것은 ‘황건적의 난’ 이후부터다. 이때 지역 별로 군벌이 해당 지역을 다스리며 행정을 챙기면서 주가 지방행정단위로 변모한다.
당시의 주는 명나라 때의 성(省)과 비슷한 단위다. 주의 장관은 자사 또는 주목(州牧)이라 불렀다. 주 밑에는 군(郡)을 두고, 군 아래에 현(縣)을 둠으로써, ‘주(州)-군(郡)-현(縣)’의 3급 지방행정체제가 완성된다. 이 주부현 3급 체제는 위진남북조시대까지 이어진다.
수(隋)나라 때 수양제는 즉위하자마자 군(郡)을 폐지하고, 주현(州縣)의 2급제로 개편한다.
당나라 때는 주의 위에 감독을 위한 도(道)를 추가로 설치하고, 도의 아래에 다시 부(府)를 설치함으로써, 부와 주는 사실상 같은 지위를 가지는 행정단위가 된다. 차이점은 부는 주요 지역에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즉 장안부, 낙양부, 성도부 등이 부가 설치된 곳인데, 현대 한국으로 보자면 ‘부’는 ‘광역시’ 느낌인 것이다.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같은 것이다. 반면 ‘주’는 경기도, 강원도 같은 느낌이다.
또는 안서도호부(安西都護府)처럼 국경의 주요 지역에도 부를 설치했다. 당연히 부에 배치하는 관리가 더 힘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강원도가 같은 광역단체지만 예산규모나 정치력에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부가 주보다 더 우위의 개념이었다.
송나라 때는 '도'를 '로(路)'로 바꾸는데, 이때 사권분립을 도입한다. 즉 '로'를 관장하는 관리가 네 명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상평사(常平使)는 행정(민정)을 맡았고, 전운사(轉運使)는 재정을 맡았다. 안찰사(按察使)는 사법을 맡았고, 안무사(安撫使)는 군사를 맡았다. 네 관리의 직급은 같았고, 예속 관계가 없었다. 행정, 돈, 법, 군사를 분리함으로써 서로를 견제하게 만든 것이다.
송나라는 ‘로-주,부,-현’의 3급체제를 채택했다. 송나라 때도 주와 부의 위치는 동급이었지만 ‘개봉부, 대명부’처럼 주요 도시와 전략적 요충지에 부를 설치했기에, 실제 지위는 부가 좀 더 높았다.
원나라 때는 행성(行省)제도로 변화한다. 행성은 원래 중서성(中書省)의 파출(파견)기구였으나, 훗날 성급 단위가 된다. 성 밑으로는 ‘로-부,주-현’을 두었고, 성에서 ‘로’를 관할했다. 이때 부와 주는 로가 관할하는 곳, 성이 관할하는 곳으로 달랐고, 심지어 부에서 주를 관할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원나라 때는 행정구역이 혼란스러웠다.
명나라가 들어서자 행성을 폐지하고, 삼사(三司)를 설치해 삼권분립으로 견제하게 만들었다. 행정은 승선포정사사(承宣布政使司), 사법은 제형안찰사사(提刑按察使司), 군사는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가 관할하게 했다.
포정사사(성) 아래에는 부를 두고, 부 아래에 주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떤 주는 직예주로 부가 아닌 성의 직접관할에 놓였고, 어떤 주는 산주로 부의 관할에 놓였다. 산주 밑에는 현을 두었지만, 어떤 주는 현이 없는 곳도 있다. 그래서 명나라 지방행정구역은 ‘성(포정사사)-부-현’ 또는 ‘성(포정사사)-부-산주-현’ 또는 ‘성(포정사사)-직예주-현’의 현과 같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성부주현’의 4급이라고 말하지만, ‘성부현’ ‘성주현’의 3급체제와 병행되었던 것이다.
청나라 때는 명나라의 행정체제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청을 도입하는 정도의 변화만 생긴다. ‘성-부,직예주,직예청-산주,산청,현’의 구조가 되는 것이다.
* * *